전문대 2년제 졸업하고 8년 동안 일해서 전셋집이랑 차량 가액까지 합쳐갖고 빚 없이 딱 2억 모았습니다. 월급으로만 모은 건 아니고 퇴근하거나 쉬는 날엔 부업 겸 해서 게임으로도 소소하게 벌었어요얼마 뒤면 만 30살인데 정리하다 보니까 현타가 오네요왜냐하면 그동안 혼자였거든요학창시절부터 단 한 번도 애인 만난 적 없고 그냥 혼자서 죽 살아왔습니다만날 자신도 없고 말 걸 자신도 없어요그냥 일하고 와서 집에서 혼자 낄낄대며 노는 걸 좋아합니다정확하게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운명이던 것 같아요키도 단신 수준이고 남중 남고 군대(직업군인으로 격오지에서 복무) 루트였거든요.돈을 그렇게 모은 이유가 돈을 별로 안 써요.딱히 옷이나 신발도 안 사고 그동안 살면서 산 것 중 제일 비싼 게 차랑 컴퓨터가 답니다.커피도 몸에 안 맞아서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혼자 있을 때는 거의 안 마셔요여행도 싫어하고 도박이나 약 같은 건 애초에 철저하게 금했습니다그냥 게임, 달에 배달 몇 번이 다에요세후 320을 벌면 260은 저축에 꼴아박고 60 정도만 용돈 겸 생활비에 씁니다남들이 보기엔 재미없는 인생입니다뭔가 부글부글 끓지만 삭히면 또 그런대로 사그라들고, 가끔은 외로워서 가슴이 너무 아파 미칠 것 같아 쥐어뜯기도 하는데 좀 지나면 가라앉고 그래요이대로 살면서 힘든 노동인생 빨리 끝내고 파이어족으로 은퇴하고 싶은데 상술했다시피 아직은 애매하고 물가도 천정부지로 올라서 영 고민되네요저는 뭘 할까요. 뭘 위해서 살아야 할까요. 책이라도 읽을까요. 공부라도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