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 재수생이에요저는 현역 때 수의예과 수시 여섯 장을 썼다가 다 떨어져서 이번에는 정시를 목표로 재수를 하고 있어요. 재수를 처음 시작할 때는 수의대를 가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어요.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적당히 제 성적에 맞춰서 대학을 가고 저 혼자 먹고 살 정도로 돈 벌고 살면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남들이랑 저를 비교하면서 높은 위치에 가려고 발버둥치면서 사는게 전혀 행복할 거 같지 않아요. 전 인생에 욕심도 없구요 결혼생각도 딱히 없어요. 그냥 맛있는 거 먹으면서 살면 너무 행복할 거 같아요. 그래서 공부를 그리 열심히 하지 않았어요. 독재학원에 가 있을 때만 공부에 집중하고 주말에는 그냥 펑펑 놀았어요. 제입으로 이런말하긴 그런데 고등학생때 열심히 살아서 공부는 잘하는 편이에요. 내신은 1.5였고 정시는 학원 월례고사보면 수의대 합격권 간당간당하게 나와요. 물론 예전부터 수의예과 가는 게 목표였어서 올해 붙으면 좋겠지만.. 못붙어도 크게 미련이 남을 거 같지는 않아요. 엄마한테 이런 솔직한 생각을 말씀을 드렸더니 엄청 화를내시더라구요. 이유를 들어보니 이해가 갔어요. 자기는 너가 꿈, 명확한 목표가 있다고 해서 너를 이렇게 힘들게 뒷바라지해주고 있는데 너는 갑자기 꿈이 사라졌다고 하면 이럴거면 재수를 왜했냐 그러시더라구요. 제가 너무 이기적이고 나쁜 거 같긴 한데 이제 와서는 공부에 진짜 의욕이 안나요. 그냥 빨리 수능 끝나고 대학에 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제가 이런 가치관을 가지면 안 되는 걸까요?
그 부분은 가치관이라기보단 꿈이나 목표 자체가 사실 바뀌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님은 지금 재수때 그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지만 대학을 가고 나서 바뀌는 경우도 흔하죠.
대학을 가서 변화가 있든 사회 나와서 변화가 있든 지금처럼 재수생일때 변화가 있든 그 변화에 대한 선택은 자신에게 있다고 볼 수가 있어요. 자신이 무슨 선택을 하든 책임만 지면 되는데 보통은 책임 지기 싫어하는 사람이 많고 그러다보니 어느 결정이든 섣불리 내리지 않거나 남의 의견으로 자신의 결정을 맡기기도 합니다. 근데 타인의 의견에 의한 선택이라도 책임은 본인에게 있기때문에 가급적 본인이 깊게 생각하고 판단하시는게 좋긴하죠.
하지만 지금 님의 상황에서의 문제가 재수생이라는 것이고 고등학생때까지야 부모님이 이에 대한 지원을 약간 당연한듯이 하긴하는데 재수는 그렇지는 않거든요. 부모님이 님의 선택에 의한 자신의 인생을 이제 희생한쪽으로 간 것이기때문에 사실 님이 지금 어떤 결정을 하든 부모님도 같이 그 책임을 떠앉는다고 해야할까요. 그러다보니 어머님이 지금 님의 의견에 대한 반발이 심할수밖에 없고 안좋은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죠~이건 님의 가치관 문제보단 지금 상황이 그렇게 흘러간 것의 문제이고 어머님 입장에서는 자신의 1년간의 희생이 다 날아간 것과 별반 다르지 않기때문에 그냥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다고 볼 수가 있어요. 어머님도 님의 어머님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고 한명의 여자다보니 자신의 의무까지는 감당하겠으나 그 다음은 이야기가 많이 달라지거든요. 본인 삶도 있는데 그 본인 삶의 1년이 지금 한순간에 날아가게 생겼으니 힘들게 느낄수밖에 없긴합니다.
근데 좀 냉정한 말이나 이건 어머님 역시도 자신이 자녀를 지원하기로 결정을 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감당은 어머님이 하긴 해야겠죠. 그리고 이 어머님의 입장만을 보고 본인의 삶에 대한 결정을 함부로 바꾸는건 바람직하진 않아요~꿈이나 목표라는게 아직은 바뀔수가 있는 것이고 바뀌거나 하면 그것에 맞게 대응해야지 이전의 꿈을 고집하거나 이전의 생각을 고집하면 자칫 자신의 삶이 왜곡될 수가 있거든요. 남의 의견을 대입하는것도 마찬가지구요. 그러니 지금은 그냥 님의 삶을 보면서 어떻게 나아갈지에 초점을 두고 고민을 해보시는게 좋을듯하고 위의 내용은 님이 수의예과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것보단 혹시 지금 재수생 시간에 의해서 지쳐서 지금 일시적으로 관심이 없어진것인지도 생각해봐야합니다. 보통 재수생 시간이 길어지면 님이 주말에 놀았더라도 그것과 별개로 뇌나 멘탈은 이미 지쳐있을 가능성이 크기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님이 말하는 그 가치관 문제 그러니깐 님 성적에 맞춰서 대충 대학가고 혼자 먹고 살 정도로 돈 벌면 행복하지 않을까? 이 부분은 정말 사람마다 너무 다릅니다. 실제 그렇게 느끼고 그 선택을 하고 진짜 행복해하는 사람이 있기는 합니다. 근데 그 선택을 뼈아프게 후회하고 할 수 있을때 더 할껄 하는 사람도 있구요~이건 정말 많이 갈립니다. 그러므로 어느 가치관이 옳은지는 알수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 가치관 자체도 지금은 저렇게 생각하지만 또 바뀔 가능성이 매우 높죠. 특히나 만에 하나 고등학교 친구들 중에 님보다 못했던 애가 님보다 좋은 과정을 밟고 있게 되면 엄청난 타격으로 오는 경우들이 많죠. 보통은 원래 잘 못했고 공부에 재능이 크게 없다가 정말 미친듯 해서 잘 되면 님이 말한 저러한 방식의 삶을 살아도 크게 후회없고 행복한 경우 많은데 재능이 뛰어난 사람, 원래부터 공부를 잘했는데 이게 결과가 제대로 안나온 사람은 이야기가 엄청 많이 다르더라구요. 대학부터 격차가 벌어지는것보면 엄청 시달리는 것을 여러번 본적이 있어요. 그냥 자기 인생 살면 되는데 그게 우선 잘 안되고 모멸감도 많이 느끼구요. 자기 탓도 엄청하기도하고~뭐 이런 것이 없는 사람도 있는데 그들은 그냥 자기 인생 살고 가다보니 크게 동요하진 않았던 것 같긴한데....뭐 하여간 사람마다 다 달라서 어떤 가치관이 좋은지는 자신에 판단에 의해 결정됩니다.
저는 삶에 늘 여유가 없었던지라 늘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더 높은 곳을 보고 더 높게 가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님의 그 가치관을 가지고 행복하게 사는것도 어찌보면 복이더라구요. 또 친구 중에 적당한 대학가서 적당한곳 취업해서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고 잘 지내는 경우도 본 적이 있었어서...그땐 주위 친구들이 "야!넌 뭐가 그리 천하 태평이냐 공부를 좀 더 해야하는거 아니냐?"부터 막 난리쳤는데 지금은 저포함 다른 친구들이 "쟤는 그래도 행복하긴 한가보다 우리보단"이런 말들을 많이 하긴합니다. 물론 더 잘된 친구가 있긴한데 이 친구가 그래도 행복감은 최고 높은듯하더라구요. 남에 대한 평가도 안하고 비교도 안하고 그냥 자기 와이프하고 애들하고 그냥 잘 지내는듯요 당연히 지금도 그냥 자연스럽게 가고 꿈과 열정을 들고 막 경쟁하면서 이런 타입은 아니긴해요~그래서 행복한건지도 모르겠지만...
하여간 좀 더 고민해보시면 좋겠네요~지금 저 가치관이 님에게 맞는지도 솔직히 의문이 들긴한게 지금 상황이 저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느낌도 있으신듯합니다. 보통 이러면 대학 또 가면 생각이 엄청 바뀌더라구요. 위의 모멸감 겪을만한 상황 나오면 특히나요~한번 좀 더 고민해보시길 바라고 어머님에겐 결과 이후 말씀드리는게 좋아요 지금 엄청 좌절하셨을 수도 있고 결과가 나온 다음에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겠지만 중간에 저 이야기를 해버리면 아무래도 어머님의 실망감은 피할수가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