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한테 싫은 소리 못하는 제 성격을 고치고 싶어요. 어제 병원가려고 택시를 탔는데 기사아저씨가 자기 전 여자친구랑 잠자리 얘기를
어제 병원가려고 택시를 탔는데 기사아저씨가 자기 전 여자친구랑 잠자리 얘기를 하면서 손님은 어떠냐고 물어보는 겁니다. 분위기상 아무말 안하고 웃고 말았는데요. 어떻게 보이실지 저도 압니다. 그건 성추행인데 따끔하게 왜 말을 못하고 웃었는지 으아해 하시겠죠.근데 단 둘이 있고 제 집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해야 했던건지 잘 모르겠습니다.계속 생각나고 수치스럽고 동네가 좁은 시골이다보니 하얀색 택시만 봐도 숩게 되는데요. 이런 제가 너무 싫습니다. 매사 부당한 일을 당해도 그냥 웃고 마는데요. 그러면서 나중에 분한 감정이 들고 자기혐오에 빠집니다. 성격을 바꾸거나 적어도 부당함을 말하고 싶은때 뭐부터 시도를 해봐야 될까요?
그 순간 얼마나 놀라고 불편하셨을지, 그리고 지금 얼마나 자책하고 계신지…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습니다.
문제는 질문자님의 반응이 아니라,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꺼낸 그 택시기사에게 있습니다.
타인의 사적인 성 관련 이야기를 꺼내며 질문자님께 유사한 대답을 유도한 건 명백한 '성희롱'이고,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못 했다고 해서 잘못은 전혀 질문자님에게 있지 않아요.
그 자리에서 대응하지 못한 건 '무능력'이 아니라 '공포'와 '위험 감지'에 대한 본능적인 자기 보호 반응입니다.
택시라는 밀폐된 공간, 익명의 기사, 질문자님의 집 주소가 노출된 상태…
이런 상황에서 웃는 건 ‘두려움을 감추기 위한 생존 반응’이었던 겁니다. 정말 잘 버티셨어요.
<그런데도 자꾸 자기 자신을 미워하게 되는 이유>
‘왜 그때 아무 말도 못 했을까’라는 후회는, 많은 사람이 겪는 감정이에요.
특히 평소에 싫은 소리를 못 하고, 부당함을 참고 넘어가는 성향이 있는 분들은
사건이 지나간 후에도 '자기혐오'의 늪에 빠지기 쉬워요.
하지만 이건 성격의 문제라기보다는, 오랫동안 쌓여온 ‘습관’이자 ‘대응 패턴’입니다.
바꾸려고 하면 충분히 바꿀 수 있어요. 한 번에 확 달라지지는 않지만, 조금씩 훈련하고 연습할 수 있습니다.
1. ‘아니요’라고 말하는 연습부터 시작하세요
거절을 어렵게 느끼는 분들은 처음부터 큰 상황에 대응하기보다는
편의점에서 “봉투 필요하세요?”라고 물을 때 “아니요”라고 말하는 것부터 연습해보세요.
작은 거절을 해내는 경험이 쌓이면, 점점 더 큰 상황에서도 나를 지킬 수 있게 됩니다.
2. 당했을 때 바로 대응이 어렵다면 ‘기록’이라도 하세요
억울했던 상황을 구체적으로 글로 쓰는 것만으로도 분노와 수치심이 덜어지고
'다음엔 이렇게 말해볼 수 있겠구나'라는 상상 연습이 됩니다.
이런 연습은 실제 상황에서 반응할 힘을 길러줍니다.
3. 상황을 재구성해보는 ‘역할극 상상’도 도움이 됩니다
‘그 택시 안에서 이렇게 말했더라면 어땠을까?’
이렇게 상상만 해도 다음에는 조금 더 선명하게 입을 열 수 있게 됩니다.
4. 심리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진지하게 추천드려요
자기혐오나 반복적인 침묵의 패턴은 혼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아요.
마음을 도와줄 전문가와 함께 ‘내 편’을 만들어 나가면 그만큼 회복 속도도 빠릅니다.
그날의 그 불쾌한 경험은 질문자님 탓이 아닙니다.
그 상황에서 침묵했던 자신을 자책하기보다, 그 순간에도 '내가 다치지 않도록'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애썼던 내면의 용기를 먼저 인정해 주세요.
조금씩, 작게, 내 마음을 표현하는 연습부터 시작해도 괜찮습니다.
누구보다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질문자님이기에, 그 변화는 더 단단하게 쌓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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